좋은 강의, 첨단에 있는 지식의 특징이 뭘까요? 의심과 불안, 심지어는 비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서 그로부터 수용자가 스스로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방금 이순신 강의를 봤는데요. 이건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나 동네 이장님들도 다 할 수 있는 말이에요. 그냥 무조건 최고로 위대한 이순신을 닮아야 한다고 하면 선악이 쉽게 나뉘어지고 마음도 편해지죠. 그 편한 마음을 찾아서 한국 영화 흥행사에 유례 없는 1700만 명이 범작도 안 되는 영화에 몰린 거고요. 이런 식의 안이한 기획이라면 세종대왕, 안중근, 이회영 같은 위인들 특집으로 꾸며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로 손쉽게 호객 행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지식은 검게 썩어갑니다. 안다는 건 모를 때까지 아는 겁니다. 그 모름은 불안하고 미심쩍고 어쩐지 슬프죠. 그것을 수용하는 게 바로 성숙한 지적 태도입니다. 뭔가를 너무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그걸 아는 게 아니라 실은 신봉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들만의 지식이 너무 확고해서 다른 사실들을 보여줘도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죠.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죠? 세종대왕 만세, 이순신 만세 외치는 소위 지식이라는 게 우릴 그렇게 만듭니다. 그들의 시대적, 인간적 한계를 그들의 위업과 충돌시켜서 고민과 숙고를 일으키는 것이 진짜 좋은 강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