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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의견

1938번 글에 대하여

카카오 계정 이***** 2020-10-20 AM 7:09:23 조회 231 추천 2

옳은 답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틀린 답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더 어렵고 피곤한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상 이미 다 설명했는데, 상대방에게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래도 제 글(1936번 글과 원래 1937번이었는데 이제는 1938번으로 바뀌어 있는 글)에 다시 답글을 주셨으니, 혹 그동안의 제 설명이 미진한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여, 이제 마지막으로 답변해 보겠습니다. 우리의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더는 글을 올리지 않으려 합니다.


1. ‘(저번의 댓글)’ 부분에서 님이 지적한 대로, ‘어제가 내일이라면, 오늘은 모레일 텐데’(A)는 (‘오늘’=‘오늘의 다음 날의 전날’이므로) ‘어제가 오늘의 다음 날이 된다고 치면, 오늘은 오늘의 다음 날의 다음 날이 된다’(B)가 됩니다. 님은 여기 B에서 “앞부분의 ‘오늘’은 분명히 ‘오늘의 다음 날의 전날’인데, 뒷부분에서는 ‘오늘’을 ‘오늘의 다음 날의 다음 날’이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문장의 뒷부분이 앞부분과 모순된다”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오늘의 다음 날의 전날’을 T라고 표시합시다. 그러면 B에서 ‘오늘’을 모두 T로 바꾸면, B는 “어제가 T의 다음 날이 된다면, T는 T의 다음 날의 다음 날이 된다”(C)가 됩니다. 여기서 앞의 치환 때문에 무슨 모순이 발생하는 것은 없습니다. C에서 T를 ‘오늘’로 바꾸면 도로 B가 되니까요. (님의 주장은 B의 전건의 ‘오늘’에는 T를 대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결과는 여전히 B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 생각에, 님은 “X가 Y였으면 좋겠다”(D)를 “X=Y였으면 좋겠다”(E1)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오늘의 답글)’ 1번 첫 문장에서 “나는 아버지의 아버지가 된다”를 해석하는 그다음의 괄호 속 말로 미루어 볼 때 더욱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오늘의 다음 날의 전날’인데 B의 뒷부분에서 ‘오늘’=‘오늘의 다음 날의 다음 날’이 된다고 하니 앞뒤─이 둘은 님이 말하듯 B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아닙니다─가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E1은 “Y=X였으면 좋겠다”(E2)와 같습니다. 동일성에는 방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X, Y가 어제, 오늘, 내일...이나 아버지, 나, 아들...처럼 일정한 방향을 지니는 관계일 경우, D는 E1이나 E2와 같지 않습니다. ‘었(으면)’의 원형 ‘이다’가 물론 동일성을 뜻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그리고 다른 많은 경우) D를 E1이나 E2와 같은 뜻으로 보면 안 됩니다. 그것은 “-1=+1이면 좋겠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우리의 시간 체계나 수 체계를 무너지게 하는, 모순되는 바람일 뿐입니다. D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다시 방향성의 문제로 돌아가지 않는 한, 우리의 문제로부터 아무런 답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로 돌아가면, “어제가 내일이면 좋겠다”는 어제가 내일로(그리고 다른 날도 각각 이틀씩 미래 방향으로) 옮겨 갔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모순은 없는 바람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말로 해석하면, 이하에서 다시 설명하듯이, 옳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2. “(이번의 답글)” 부분에서는 2번의 잘못만 좀 자세하게 지적하려 합니다. 1번 주장은 내가 손자가 되어 있다면 허무하고,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면 허무하지 않을 거라는 식의 황당한 말이고, 3번은 제가 조금 전에 지적한 것처럼 비현실과 모순(불가능)을 구분해야 한다면 저를 잘못 이해하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으리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쉽게 깨달을 수 없을 것도 같은데, 그 구분은 제가 이제 설명하려는 것과도 관계되기 때문입니다.)

      님은 기본적으로 조건적 증명을 (그리고 심지어 논증의 타당성과 건전성 개념을 왜 구별하는지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논리학에서 조건적 증명(을 이용한 증명)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2에서 n까지는 전제에 더하여 주어진 가정하에서의 도출임을 표시하기 위해 전제와 결론보다 들여쓰기하여 표시합니다. 보통은 2에서 n까지의 줄 왼편과 n과 n+1 사이에 선을 그어 표시합니다만, 여기서는 여의치가 않아 생략합니다.)


         1.        P (조건문으로 된 명제를 포함하는 전제들) / 그러므로 Q (결론)

              2.   H (조건 증명 가정)

               :    : 

               :    :

              n.   Q (1에서 n-1까지에서 도출된 것)

         n+1.    H이면 Q이다 (조건 증명법)

         n+2     H (H가 참이라는 것을 독립적으로 알 수 있을 때)

         n+3     Q (n+1과 n+2에서 전건 긍정식에 의해)


(* 단계 2에서 H는 P라는 전제하에 다시 조건으로 주어진 가정이지, P처럼 독립적 전제의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정’이라는 것은 ... ‘논증의 전제’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님의 말은 잘못입니다.)

      

     위 도식에서 P에 우리 퀴즈의 전제를, 그리고 H에 ‘시간이 어제←오늘←내일의 방향으로 간다’를 대입하면, 몇 단계를 거쳐 n에서 Q 즉 ‘오늘(P가 말해진 날)은 일요일이다’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 조건 증명법에 의한 결론(n+1)은 ‘H라면 Q’라는 것뿐입니다. 여기서 Q가 나오려면, n+2에서 H가 독립적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님도 말했다시피, H 즉 ‘시간이 어제←오늘←내일의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비현실적, 즉 거짓입니다. 따라서 n+2에 둘 수 있는 것은 H가 아니라, H의 부정 ‘H가 아니다’입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Q 즉 ‘오늘은 일요일이다’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Q는 우리 문제의 답이 아닙니다. (그런데 H가 참이라면, Q는 참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의 참, 거짓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란 님의 말은 우리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뿐입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를 묻는 것은 오늘이라는 현실에 맞는, 그러니까 참인 답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다’가 결론으로 도출되면, 그것이 거짓이라도 그것은 맞는 답이다?? 원더풀!! 그 결론이 도출되지도 않지만, 설령 그 결론이 도출된다고 해도, 우리는 그런 거짓인 결론을 도출한 논증을 타당하지만 건전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논증이 타당하면서 전제와 결론이 참이어야, 논증이 건전하다고 합니다. 우리 문제의 답은 건전한 논증의 결론이어야 합니다.)

      H가 ‘시간이 어제→오늘→내일→…의 방향으로 간다’인 경우는 다릅니다. n+1 단계에서 ‘H이면 Q이다’(단, 여기서는 Q=‘오늘은 수요일이다’)가 나오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H는 비현실이 아니라 현실, 즉 참입니다. 따라서 n+2 단계에 H라고 둘 수 있고, 마지막으로 n+3 단계에서 Q를 독립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H가 참이므로, Q도 참이고, 따라서 Q를 끌어낸 논증은 타당할 뿐 아니라 건전합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은 수요일이다’는 (그리고 그것만이) 참인 답이 됩니다. (사실, 이 경우 H는 이미 참이기 때문에, 문제 풀이의 어느 단계에서건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굳이 조건 증명법을 쓸 필요 없이, P에 이어 바로 H를 두 번째 전제로 놓고 문제를 풀어도 같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상, 제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혹시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면, 논리학 공부를 더 하시거나, 아니면 이해도 하고 이미 논리학 공부도 마쳤다고 자부하는데(심지어 논리학을 가르치고도 있는데), 아직도 제 설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한국논리학회 같은 곳에 우리의 문제와 지금까지의 논의를 문의해서 판정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 결과를 알려 주시면, 그때 다시 답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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