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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 답변 보기

[77강 김민형 교수] amagadoon님 질문 - 김민형 교수님 질문있습니다

2018-09-18 AM 10:04:53 조회 585

ID amagadoon님의 질문에 대한

강연자 김민형 교수님의 응답입니다.




【 질문 】 - ID amagadoon님

안녕하세요, 김민형 교수님

수학 자체라기보단 이 나라 사람들이 더 관심 있는 수학교육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현재 이 나라 수학교육은 학생들이 수학에 대해 학을 떼게끔 하는데 최적화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의 정답을 찾기 위한 스피드 게임, 그 과정에서의 사고과정은 그리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모로 가도 서울만 빨리 가면 된 다식의 교육

시간을 두고 하나의 문제를 깊게 사고하여 여러 방법을 강구하는 건 사치가 되고 거기에 더 문제인 건 제한시간 내에 풀지 못하면 루저가 되고 포기하기엔 또 수학 성적으로 대학입시가 좌우되기에 마냥 포기하기도 그런 시스템이니 전 국민이 수학 트라우마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명문 옥스퍼드 정교수로서 이런 미쳐버린 시스템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 답변 】 - 김민형 교수

중요한 질문이 여럿입니다. (1) 수학을 얼마만큼 배워야하는가? (2) 배워야하는 수학을 잘 가르치는 방법은 무엇인가? (3) 수학실력이 진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등


제 경험에 의하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세 질문 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열 띤 논란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어디선가 이 문제를 해결해 놓아서 그 방법을 그대로 채택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적당한 방법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 같이 고민 하면서 약간 씩 진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제가 그 동안 살았던 나라들의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비해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도 많습니다. 가령 미국 같으면 학교 사이의 편차와 교사들의 부족한 역량 때문에 그 어떤 제안도 실천할 수 없다는 평판도 있습니다. 시험과 평가 위주의 교육은 우리나라 보다 영국이 상당히 더 심한 것 같기도 합니다. 옥스퍼드 대학 수학과의 우수한 학생도 연말 시험 전에 강의 노트를 열심히 외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기고한 글 ‘수포자의 나라는 어디인가?’를 검색해 보시면 국제적인 비교의 어려움에 대한 저의 의견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특이한 점은 질문(1)과 관련 돼있습니다. 대부분 나라에 비해서 국민 모두에게 요구하는 수학 수준이 꽤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 효과로 평균적인 수학 실력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수포자가 미국 유학 가서 ‘수학천재’가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또, 이런 뛰어난 역량을 스스로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일률적으로 높은 기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의 교육 경험을 최적화하는 목표를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능력과 성향과 인생 진로가 다른 여러 명이 같은 교실에서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어려움은 대부분 학생이 자신의 능력과 성향과 인생 진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했을 때 교육 기회를 놓쳐버리는 학생들도 생깁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수학이 점점 심화 되는 현상입니다. 대부분의 경제 정책 내면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학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자면 ‘경제 불평등’의 척도로 사용되는 Gini Coefficient의 정의를 검색해보십시오. 대체로 미분과 적분과 함수론을 필요로 합니다. 그 것은 전문가만 알면 되다 는 주장도 그럴싸합니다. 경제적 평형의 계산 (다변수 미분 필요), 인터넷 검색의 랭킹 (행렬과 벡터), 정보 보안의 원리 (추상 대수와 나머지 연산) 등을 몰라도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전문가의 견해에 완전히 의존하면서 늘 만나는 주요 개념들의 뜻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회가 건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까요? 의무 교육의 근본적인 목표는 이런 무지로부터의 탈출일 것 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그 과정에서 수학이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바꿀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학 교육이 더 원활해질 까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이기에 계속적인 질문의 대상이 되어야합니다. 그러나 단 기간 내의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수학자들의 책임도 큽니다.


참,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 ‘정량적인 질문’의 중요성을 조금은 강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가령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하는 교육’을 강조할 때도 어느 토픽에 어느 만큼의 시간 까지 할애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질과 양’ 사이의 선택은 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육에서의 일종의 역설이 있습니다. 목표를 어떻게 정하든지, 배우는 양을 얼마만큼 줄이든지 간에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긴다는 것입니다. 즉, 100을 목표로 하면 50만큼 배우고 포기하던 사람은 목표를 70으로 낮추었을 때 35 밖에 못 배운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과장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근거가 없는 과장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선생님들이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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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질문이 채택된 분께는 응모 시 기재된 연락처로 한 달 이내 상품이 발송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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