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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강 강대진 교수] 호정님 질문 - 고대 그리스인들의 여성관

2019-02-25 PM 12:47:22 조회 164

ID 호정님의 질문에 대한

강연자 강대진 교수님의 응답입니다.




【 질문 】 - ID 호정님


오늘 강의 재미있게 시청했습니다. 

강의에서 오이디푸스와 비극(크게는 인간의 운명과 존엄)에 대해 다루셨는데 

강의 말미에 파이드라 신화가 떠올랐습니다.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아들과 어머니의 스캔들이고 

여성과 당사자가 비극을 맞게된다는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이야기와 관련하여 질문이 있는데,

먼저, 이러한 설정이 고대 그리스인들의 여성관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스핑크스나 세이렌같이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는 존재도 반은 여성으로 묘사되듯이요!) 

그리고 오이디푸스의 경우와는 달리 본인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으로 인해 

비극을 맞게된 파이드라의 히폴리토스도 어쩔 수 없는 경우였을까요? 

저는 아버지께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거나 집을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다소 질문이 길어져서 귀찮으실까 걱정입니다ㅠ

강의 내내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들과 읽었던 책들이 생각나 더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곳에서 좋은 강의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





【 답변 】 - 강대진 교수


고대 희랍에서는 많은 괴물이 여성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신화 체계가 여성 중심에서 남성 중심으로 바뀌면서 생겨난 면모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인도유럽족이 도착하기 전에 희랍에서 주로 섬겨지던 존재는 대지모신으로, 생명을 주기도 하고 거둬가기도 하는 존재였는데, 후자를 강조하면 죽음을 가져오는 괴물이 되는 것이죠. (농경사회에서는 여성 혐오가 일반적인 경향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개는 헤시오도스의 <일들과 날들>에 대해 하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신화 속에 남성 괴물도 많이 있으니, ‘희랍 문화는 여성 혐오적이었다’라고까진 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희랍의 사고방식에서,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자보다 성적 욕구가 더 강하고, 유혹에도 더 약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의 <힙폴뤼토스>에서 파이드라는 욕정에 저항하려 애쓴 것으로 그려졌습니다. 그저 아프로디테가, 사랑을 너무 멀리하는 힙폴뤼토스를 혼내주기 위해 파이드라를 몰아갔을 뿐입니다. (사실은 에우리피데스가 좀 더 강하게 욕망을 드러내는 파이드라를 그렸다가, 경연대회에서 안 좋은 평을 받고 상 받기에도 실패하자, 작품을 고쳐 쓴 것이 지금 남아있는 <힙폴뤼토스>랍니다.) 그리고 아테나이 비극은 민주정을 지지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되었는데, 이때의 민주정이란 것이 매우 편협해서, 자유인-남성-아테나이 시민만을 민주정에 자격 있는 존재로 간주했습니다. 그래서 남성 가장이 집을 비운 사이에, 여자가 노예의 충고를 받아서 어떤 일을 벌이면 결과가 안 좋게 된다는 공식 비슷한 게 있는데요, 이 기준에 딱 들어맞는 것이 바로 <힙폴뤼토스>입니다. 테세우스가 집을 비운 사이에, 파이드라가 노예인 유모의 조언에 따라 의붓아들에게 사랑을 -간접적으로- 고백했다가, 결국 둘 다 죽게 되기 때문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힙폴뤼토스가 아버지에게 잘 해명해서 어떻게든 파멸을 피하는 걸 보고 싶긴 하겠지만, 작가도 그렇게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미 그 작품이 쓰이기 전부터, 오래된 신화 속에, 힙폴뤼토스는 아버지의 저주 때문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파이드라 이야기를 이오카스테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보셨는데, 이오카스테는 사실 자기 욕망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 하겠습니다. 이오카스테는 이미 과부가 된 상태에서,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이방인 청년이 새 왕으로 결정되었고, 그녀로서는 -전통에 따라, 그리고 아마도 남자들의 결정에 따라- 그와 결혼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녀는 그저 ‘상으로 주어졌을’ 뿐입니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라는 작품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질문하신 분은 여러 작품과 이야기를 알고 계시네요. 칭찬과 격려를 보냅니다.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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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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