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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강 김효근 교수] 비전공자로서 어떻게 음악을 공부하셨나요?

2021-01-11 PM 2:05:05 조회 317

[질문- 김수현 님]



김효근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교수님 강연 정말 감명 깊게 잘 들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강연을 TV로 함께하고, 질문까지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교수님처럼 부모님의 반대와 가정환경 때문에 음악을 전공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에서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였고, 음악 공부는 고등학교 때 백병동 화성학을 기초 부분 조금, 시창, 청음을 조금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배운 것도 이제 생각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음악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교수님 강연을 들으며 진작에 용기 내 음악을 시작하지 못하고, 이렇게 늦게 음악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한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생각이 들어 용기 내 질문 드립니다.

교수님께서는 비전공자로서 어떻게 음악을 공부하셨나요? 작곡 전공이 아니어도 교수님처럼 가곡을 작곡할 만한 역량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는 제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절대음감을 음악 공부를 하는 데에 잘 발휘할 방법이 있을까요?

가곡의 역사와 더불어 아름다운 가곡들을 선물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코로나에 지쳐있는 모두에게 지식은 풍성해지고, 마음은 정화되는 진정한 쉼을 주셨어요. 앞으로도 아름다운 작품들로 감동을 주는 작곡가로서 활발히 활동해 주셔서 음악과 함께하는 행복을 끊임없이 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주님의 사랑과 은혜와 축복이 가득한 삶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김수현 올림


[답변- 김효근 교수님]


네, 김수현님 방송 함께 해 주시고 따뜻한 질문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첫 질문, 비전공자로서 어떻게 음악을 공부했는지에 대해 답을 드려 볼게요.

제 삶 전체에 걸친 음악 학습 경험은 크게 4단계에 걸쳐 변화 혹은 성장해 왔던 것 같습니다. (1) 감상감동 - (2) 모방재현 - (3) 창작추진 - (4) 소통성장의 네 단계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먼저 감상감동 단계에서는 한편으로 가곡, 세계명곡, 영화음악, 합창곡, 성가곡, 교향곡, 협주곡, 피아노곡, 오페라, 실내악곡 순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감동과 경탄, 몰입을 했었네요. 현재까지 사랑받는 세계적 클래식 음악이 연주될 때의 청각 경험이 LP음반, 카세트 테이프, FM라디오 등의 음악 소스로부터 전달되고, 당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아쉬움이 많긴 했지만 국내 교향악단, 합창단, 오페라단, 성악 및 기악 라이브 연주로부터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움과 숭고함의 음악 경험이 누적되기 시작했지요.


두 번째 모방재현 단계에서는 감상 단계에서 좋아하게 된 곡들을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의 악기 연주 (기타와 피아노)를 가지고 모방 재현 연주를 하려고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많이 했었어요. 이 때, 피아노 연주 실력은 초등1,2학년 때 띄엄띄엄 체르니 30번 정도를 레슨 받은 이후, 경제적 사정악화로 따로 레슨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 소위, 독학 피아노 학습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고도의 손가락 테크닉이 필요한 스케일이나 아르페지오 연주는 잘 못합니다. 기타 실력은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원하는 코드와 리듬구사 및 솔로 애드립 초보 연주가 가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중음악 곡들의 연주가 가능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방 단계가 대략 10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위에서 얘기한 대부분의 곡들을 피아노나 기타로 재현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노래방 기기가 없던 시절에 대부분의 곡들을 연주자 (성악가, 기악연주가)가 가능한 조성 (key)에 맞추어 반주 혹은 연주할 수 있도록 학습했던 경험이 향후 다양한 화성학 및 건반실습 독습을 오랫동안 한 셈이 된 것 같아요. 특히 대학 때 활동했던 락밴드 활동을 통해, Pop, Rock, Jazz 등 대중음악의 요소들을 모방 연주하며 몸으로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세 번째 단계 창작추진은 대략 모방단계가 10년쯤 되었을 무렵부터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을 내가 모방재현 연주하다보니 내면에서부터 나의 감정과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나의 곡을 만들고 싶다는 단계로 접어들었던 것 같네요. 이때 서울대 음대에서 개설되었던 다양한 작곡 이론과목 들 (화성학, 대위법, 음악분석 등)을 수강할 수 있었던 경험이 그 이전의 모든 모방재현 음악의 모든 요소들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었던 귀한 학습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창작 충동이 발현된 첫 계기로 제1회 대학가곡제 당시 <눈>을 작곡하게 되었고, 그 이후 1995년, 2007년 경부터 간간히 작곡을 하는 과정을 거쳐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트팝”이라는 컨셉의 한국 가곡들을 작곡하게 되었네요.

네 번째 단계에서는 시험 작품으로 만든 곡들을 대학 친구들에게 들려주면서 평가 및 피드백을 받는 소통 욕구가 시작되었고, 만들어진 창작곡이 연주될 때의 감각적 느낌이 과거 1,2 단계에서 느껴졌던 세계 명곡 감상 때의 느낌과 비슷하게 나올 때까지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성장 단계를 거치게 된 것 같아요. 이러한 성장 욕구는 아트팝 가곡 작곡이 본격적으로 시도된 초창기에 제가 과거에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재즈 화성학이나 뉴에이지 화성학을 따로 전문가에게 배우면서 가곡에 접목하는 시도로 이어졌어요. 지금도 새롭게 곡을 만들면서 곡이 완성되는 기준을 전통적 명곡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감상 느낌이 느껴질 때까지로 높게 잡아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좀 길게 저의 음악 경험의 진화과정을 설명드린 이유가 김수현 님이 궁금해 하신 비전공자가 어떻게 작곡을 할 만한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두 번째 질문의 답을 설명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작곡의 가장 기본이 되는 (1) 시 혹은 가사의 정서와 일치하는 선율과 리듬의 구성력, (2) 그 선율과 리듬을 이어주는 반주 화성 및 대선율 구성 및 진행력, (3) 전체적인 곡의 형식 (Song Form)을 기승전결로 연결하는 곡구성력의 세가지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는 비전공자로서 두 가지 접근법을 병용한 셈인데, 첫째, 흔히 말하는 귀납적 학습법인 수많은 명곡들을 감상하고 모방하면서 명곡의 특징을 이해하고 나의 창작 결과물을 비교 평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접근법과 둘째, 화성학/대위법에 대한 연역적 이해와 실습을 통한 체득 접근법입니다. 이 때 화성학/대위법을 꼭 전공자처럼 대학 강의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전공자로부터 핵심 요소에 대한 개인레슨이나 독학 후 질문학습 등을 통해 충분히 학습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특히 최근 30년간의 음악들 중, 세련된 발라드 곡들, 유명 뮤지컬의 주요 넘버 곡들, 뉴에이지 솔로 곡들, 아트팝 가곡들, 크로스오버 팝페라 곡들을 작곡하기 원하실 경우에는 클래식 음악대학 커리큘럼에서 주로 강의되는 전통적 화성학/대위법 뿐만 아니라 현대 재즈화성학에 대한 학습도 꼭 필요합니다.


이 때 김수현 님이 타고나신 절대음감의 재능은 저도 무척 부러워하는 귀한 선물을 받으셨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드린 모방학습 및 재현 단계에서 기존 음원의 선율 및 대선율, 베이스라인과 같은 외성요소들과 화성을 구성하는 내성요소들을 쉽게 식별하고 오선지나 작곡 소프트웨어에 옮기는 실습을 하실 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실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전통적인 작곡 역량 학습을 통한 곡 만들기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또 한가지 추천 드리고 싶은 비전공자 작곡역량 확보 방법으로 Apple의 Logic Pro X나 Cubase 같은 컴퓨터 미디 시퀀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Trial & Error 방식의 접근법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론적인 건 모르더라도 일정 정도의 감상경험과 모방 연주력이 이미 있으신 경우, 이를 활용해서 직접 컴퓨터에 내장된 가상악기 및 가상보이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직접 나만의 음악을 작곡/녹음/편집/수정 작업을 통해 곡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활용 강좌가 오프라인 온라인 등에서 최근에는 고품질 강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내 맘에 드는 곡들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 영역은 이미 이 방식으로 작곡/편곡 MR 완성 후 보컬 녹음까지 연결되는 창작 관행이 완전히 정착되었기 때문에 이 S/W Tool을 학습하지 않고는 작곡 활동이 불가능한 정도로 발전이 되었고, 클래식 작곡 영역에서는 작곡자의 예술세계를 구체적인 음악요소로 확정하는 보다 고난도의 작업이 필요한데 요즘은 그 조차도 이런 미디 Tool을 활용해서 작곡 도중 직접 연주된 사운드를 바로 들어가면서 수정 편집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디 기반 작곡 프로세스를 따로 배우시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실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을 함께 해 주시고 이렇게 질문까지 올려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수현님의 작곡 여정을 응원하겠습니다. 새해 늘 건강하시고, 소원성취 하시기 바랍니다.


김효근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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