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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9 종영 https://tv.jtbc.co.kr/pretty 

시청 소감

나쁜 여자는 어디에나 간다

조인스 계정 안***** 2018-05-25 PM 1:32:40 조회 1324 추천 16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끝났다. 뻔한 결혼으로 끝나지 않은 이 드라마가 고맙다.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에나 간다 

-헬렌 걸리 브라운 


윤진아는 자신을 갈아 넣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자신의 삶을 대신 살려는 엄마를 떠나 제주도로 간다.

그 곳까지 따라온 서준희는 자신의 도망침-비겁함에 용서를 구하고

둘은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둘은 미국으로 가게 될까, 아니면 제주에서? 서울에서?

그 이후의 행보를 자꾸만 상상하게 되지만 

그곳이 어디든 이제 상관없을 것 같다.

윤진아라는 여성이 윤탬버린이나 엄마의 딸이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으로,

그러니까 이 사회가 기대하는 '착한 여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오롯이 생각할 줄 아는 '나쁜 여자'가 되었으므로. 

헬렌 걸리 브라운의 말처럼,

'착한 여자'는 (남성들이 만들어 낸) 천국에 가겠지만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나쁜 여자'는 어디에나 갈 수 있기에 말이다.



이 드라마가 보여준 갑갑한 전개라는 것은 

사실 한국에 사는 여성들의 갑갑한 삶 그 자체가 아니던가.

여자 직원으로, 딸로, 예비 신부로. 

가부장적 사회 안에서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는 삶을 저당잡혀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 속에 

자기 자신의 욕망을 위해 과감히 떠난 윤진아라는 여성이 있어 좋았고.

그녀가 부모님에게 삼십대 후반의 나이에도 당분간 결혼은 생각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도 좋았다.

뒷담이 아니라 냉철하고 도덕적인 판단력을 지닌 정영인이라는 여성-회사임원이 있는 것도 좋았다.

정영인 외에 회사 대표를 비롯해 드라마 속 남자 임원들의 모습은 별로 닮고 싶은 곳도, 닮을 데도 없었다. 

뒷담하고, 소리 지르고, 화내고, 남을 깎아 내리고. 

서로를 흠집내 밟고 올라서는 남성적 질서는 드라마에서 속살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누군가를 질투하거나 남성을 유혹하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정의를 쫓으면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응원하는 금보라라는 여성 친구와의 우정도 너무 좋았다. 

서준희와 카페 앞에서 재회했을 때 원피스에 바지를 입고 있는 것도 좋았다.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되, 치마로 인해 자기 행동을 제한받지 않을 수 있는 차림이니 말이다.

(여성캐릭터에게 치마를 입혀 행동의 적극성이나 주도성을 삭제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뽀로로에 등장하는 여성캐릭터들은 원피스를 입게 되면서 활발한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드라마 처음에는 서준희가 멋진 동생인 줄로만 알았더니

이 드라마는 진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윤진아에 대한 평전이다. 

자신의 욕망에만 솔직하여 직진에 직진만 거듭하는 서준희가 있다면,

자신의 욕망을 쫓으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이타적인 윤진아도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힘겨웠을 경선의 삶을 위로하고

엄마를 도닥이는 한 여성-인간의 성숙한 이별이 대단해 보인다.

유종의 미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나도 어디로 도망치거나 누군가와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좀 더 성숙한 방식으로 이별하고 싶어 진다. 



윤진아라는 여성은 원래 제법 괜찮은 사람이었던걸까.

온갖 갑갑하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저런 어른다움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은 

드라마 속 대사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사랑해준 타자-서준희 덕이 클 것이다.

내게 서준희가 없으면 어떠랴,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사랑한다면

나도 윤진아처럼 '나쁜 여자'가 되어 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으리. 


내가 저 둘과 비슷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또한 좋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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