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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종영 http://tv.jtbc.joins.com/ateighteen

시청 소감

보고 싶은 장면만 쓰는 작가와 보여주기식 연출 뿐인 감독의 콜라보

C******m 2019-09-11 AM 9:45:35 조회 1213 추천 20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잊은, 

드라마는 결국 이야기의 힘이라는 사실.


뭐 힘드셨겠죠. 

최준우가 강제로 전학 왔다가 3개월만에 자발적으로 전학 가는 이야기를 똑같이 3개월 동안 보여 주려다 보니 일상 다큐가 될 판이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억울한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등등의 감정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거 같긴 합니다. 혹은 그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3개월이라는 시간을 선택하셨겠죠. 


근데요 그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무 소재나 가져다 쓰면 안 되죠. 

학폭, 친구의 죽음, 누명, 동성애, 커밍아웃, 아웃팅, 성적조작, 사회적 계급문제, 거기에 수반되는 힘겨운 사랑, 그리고 마지막에 가난한 집이 더 망해버렸네까지.. 

이 모든 게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감정씬을 위해 그저 소비되어 사라지기만 해도 되는 소재들은 아니지 않나요? 하나하나 정중히 세심히 다루어져야 마땅한 소재들입니다. 세상엔 실제로 이런 일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니까요. 

이것들 중 하나 혹은 몇몇에 집중해서 진득하게 서사로 엮어내며 감정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라는 거잖아요. 근데 서사가 약하니 장면밖에 안 남고 그 장면을 위해 서사가 움직인 것 같은 인상을 받아서 불편해지는 겁니다. 하물며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소재들을 그저 어떻게든 16화를 이어가기 위한 땔감처럼 무작정 들이붓고 태워버리기만 하니까 불편을 넘어서 불쾌해지는 거고요. 


작가님의 전작이 괴랄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지라 처음에는 그냥 색다른 무언가를 시도하나보다 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아 시도가 실패했구나 싶었고요. 근데 세상엔 실패해도 의미 있는 시도라는 것들이 있잖아요? 다음 번의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거나요. 근데요 작가님 이거는 아니예요. 이거는 틀렸어요.


모르면 쓰지 마세요. 이해하지 못하면 쓰지 마시고요. 아, 드라마 쓰자고 모두가 학폭의 피해자가 되거나 동성애자가 될 필요는 없죠. 뭐 저 일들을 다 겪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나 있겠어요. 근데요 그러면요, 제대로 쓸 자신이 없으면 쓰지 마세요. 최소한 썼으면 제대로 다뤄주세요. 하루 아침에 절친을 잃은 사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세요. 그 다음주부터 연애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요. 동성애자 캐릭터가 아웃팅을 당했으면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세요. 죄없이 휘말린 여친이 내가 너의 절친이야, 라며 얼버무리지 마시고요. 아웃팅이라는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오제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학폭 가해자들은 망하든 반성하든 자기가 한짓이 도화선이 되게 해주세요. 휘영이 부모가 더 심각한 쓰레기라서 참 다행인 이야기를 만들지 마시고요. 이게 과도한 요구인가요? 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님은 이 드라마를 쓰면서 머릿속에 최준우나 유수빈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최준우나 유수빈이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장면을 넣으면 참 좋겠다 예쁘겠다 연기력 폭발하겠다… 그걸 보는 시청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은 하셨나요? 만약 작가님 머릿속에 시청자들이 존재했다면, 그건 저 소재들이 소비되는 걸 같이 소비하면서 웃고 울 수 있는, 저 일들이 그저 드라마 속의 소재로만 존재하는 사람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없어요.


작가님 최준우도 피해자라고 생각 안 하시죠? 최준우는 담대한 아이고 가해자들은 편리하게도 모두 열여덟이거나 미완성의 어른들이니까요. 근데요 최준우는 작가님이 마음껏 굴리실 수 있는 허구의 존재지만 작가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저 중에 하나만 만나도 인생이 흔들리는 실제 사람들이에요. 백 명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그 중에 한 두 명의 상처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라면 그런 걸 쓰고 싶진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 몇몇 장면의 연출은 정말 인상적이고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아요. 근데 그것뿐입니다. 감독님은 예쁜 장면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드라마를 총지휘하는 사람이잖아요. 드라마의 구심점이 이야기라는 걸 무시하실 생각이라면 뮤직비디오를 전문으로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자기 나름으로는 그러셨을 거예요. 근데 이런 거 다시는 만들지 말아주세요.  예쁜 쓰레기는 장식이라도 하죠. 예쁜 무기는 어디다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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