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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나 한지민의 사진
    정지나 한지민
    이럴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통영의 수의사, 야생동물보호를 위해 유학을 준비 중이다. 정민식의 외동딸. 발랄하고 대차고, 영리하다.
    열 살 무렵 그 사건만 없었다면, 지나는 어쩌면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아이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나의 어린 시절은 찬란했다. 친구처럼 놀아주는 엄마와 아내와 딸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빠와 날이면 날마다 즐거웠다.

    그런데 열 살 무렵 그 사건이 벌어졌다. 어린 남자의 비명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아빠의 분노에 찬 욕설, 주변 형사들에 의해 어린 남자는 간신히 아빠의 무서운 발길질에서 벗어났고, 엄마가 자신이 보지 못하게 품으로 자신을 끌어안았지만, 피가 칠갑이 돼서 겁에 질린 채 "살려주세요"소릴 연발하는 어린 남자의 모습과 비명소린 커서도 잊혀지지 않았다. 이후, 단란했던 지나의 집에선 엄마와 아빠의 말싸움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아빠는 동생을 죽인 놈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었고, 엄마는 법이 있는데, 왜 당신이 나서서 폭력을 휘두르냐는 거였다.

    그렇게 불거진 틈은 점점 벌어졌고 긴 별거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엄마는 지병인 천식으로 돌아가셨고, 아빠와의 관계는 소원해질 대로 소원해진 채로 돌이킬 수 없었다. 지나는 양강칠을 첨 봤을 때 그가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당했던 그 어린 남자인 줄도 몰랐고, 자신의 차에 치인 남자인 줄도 알지 못했다. 만약 그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어설픈 동정도 주지 않았을 것이고 괜한 호기심도 갖지 않았을까?

    이기적이고 차갑고 계산적이라고 스스로를 철석같이 믿어왔었는데, 지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칠에게 그 어떤 이기도 계산도 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어이없게도 이게 사랑인가 싶었다.
    그와 첫 키스를 하던 날, 지나는 아마도 이 사랑은 슬프게 끝나버리고 말거란 예감에 가슴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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